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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houghts, Printed on Paper
명함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

작고 탄탄한 종이 한 장.
저에게 있어서 명함은 단순히 연락처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.
at the DRAWER와 누군가를 연결해주는 첫 번째 다리이자,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첫 인사에 가까웠습니다. 저 역시 누군가의 명함을 보며 회사의 분위기를 느끼고, 디자이너의 감각을 발견하곤 했습니다. 그래서 명함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라, at the DRAWER를 소개하는 첫 번째 브랜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습니다.
브랜드 전략가이면서 디자이너다운 명함은 무엇일까.
at the DRAWER를 어떤 얼굴로 보여줄 수 있을까.
그리고 명함에서 정말 중요한 정보는 무엇일까.
이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됐습니다.

명함을 만들면서 가장 조심했던 건 명함의 존재 이유를 잊지 않는 것이었습니다.
아무리 멋진 디자인도 명함 속 정보가 잘 안 보이고 연락처를 찾기 어렵다면 좋은 명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. 그래서 명함을 건네는 순간 엄지손가락이 어디를 가리는지 생각했습니다. 명함을 받을때도 마찬가지.. 두 손으로 명함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잡게되는 양쪽 끝.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엄지손가락에 가려지던 기억이 많았습니다. 그 Dead Zone에 제일 중요한 정보들을 가리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.

정보를 정리한 뒤에는 조금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. at the DRAWER다운 모습은 무엇일까. 그래서 명함 속 정보들을 5도만 기울였습니다.
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수평 레이아웃에서 이리저리 배치해보며 디자인을 고민했습니다. 하지만 작업을 계속할수록 너무 얌전하다는 생각 뿐.. at the DRAWER는 그냥 얌전하기만 할 순 없었습니다. 5도라는 기울기는 아주 작은 변화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디테일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지만, 저는 프로젝트의 답이 늘 익숙한 방향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.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때, 당연한 것들을 다시 질문할 때 더 새로운 답을 발견하곤 했습니다. 그래서 5도정도가 그런 관점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.

그리고 명함을 받은 사람이 한 번쯤은 다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. 궁금증이 먼저 생기길 바랐습니다. “이건 무슨 뜻일까?” 정도의 작은 질문이면 충분했습니다. 명함 속 작은 디테일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했습니다.
결국 이 명함은 특별한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결과물이 아닙니다. 오히려 디자인을 덜어내면서도, 브랜드의 태도는 남길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. 정보는 명확하게 전달하고, 그 위에 작은 발견을 남기는 것. 명함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, 제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아직 이 명함을 건넬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. 그래서 가장 먼저 자연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.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고, 꽃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. 사실 왜 자연에서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. 분명 이유가 있었는데 말이죠.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. 이 작은 종이 한 장이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.
